니트 공방에는 특유의 소리가 있다. 재봉기의 날카로운 타격음이 아니라, 낮고 일정하게 이어지는 기계의 웅음이다. Saint James의 원형 편직기는 브르타뉴의 기운이 닿는 노르망디 이 구석에서 한 세기 넘게 돌아왔다. 건물은 과시와 거리가 멀다. 유리 쇼룸도, 금빛 간판도 없다. 공방만 있다.
안에서는 수십 년째 같은 순서가 반복된다. 실이 기계로 들어가고, 옷이 나온다. 그 사이를 18쌍의 손이 메운다. 편직, 염색, 재단, 봉제, 링킹. 모든 공정은 브랜드 이름의 근원이 된 인구 약 3천 명의 같은 마을 안에서 끝난다.
망슈 주 Saint-James-de-Beuvron, 몽생미셸에서 몇 킬로미터 떨어진 곳. 시작도 여기였고, 지금도 여기다.
Saint James가 만드는 것
1889년 Léon Legallais는 Moulin du Prieur 작업장에서 방적 사업을 시작했다. 발상은 단순했다. 지역 양모를 방적하고 염색해 만(灣) 일대의 어부와 선원을 입히는 것. 당시 마리니에르는 작업복이었다. 가로 줄무늬, 두꺼운 면, 보트넥.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이 옷은 이후 프랑스의 상징으로 올라섰다. 피카소가 Vallauris에서 입었고, 코코 샤넬은 1920년대 여성복 문법으로 재해석했으며, 장폴 고티에는 이를 자신의 미학으로 밀어 올렸다.
그러나 Saint-James-de-Beuvron에서 마리니에르는 여전히 “일의 옷”이라는 감각을 유지한다. 문자 그대로의 노동복이라는 뜻이 아니라, 제작 과정에 투입되는 주의의 밀도를 말한다. 역사적 모델 Guildo는 측면 봉제선이 없는 튜브 형태를 원형 편직기로 만든다. 염색은 공방 내부에서 이뤄진다. 칼라와 몸판을 코마다 연결하는 링킹은 한 사람이 독립적으로 맡기까지 18개월 훈련이 필요하다.
단 하나의 동작을 익히는 데 18개월이 걸린다.
현재 Saint James의 고용은 약 400명. 2023년 매출은 약 6천만 유로다. 사업의 70%는 세 가지 축에 집중된다. 마리니에르, 버진울 해군 스웨터, 피코트. 나머지는 프랑스 해군, 엘리제 부티크, Le Slip Français, Le Parapluie de Cherbourg 등과의 협업이 채운다. 2012년부터 회사를 이끄는 Luc Lesénécal은 이를 “무리 사냥”이라고 부른다.
모델은 일관적이다. 한곳에서 만들고, 접근 가능한 가격대에 판매하며(Guildo 약 80유로), 유통망도 통제한다. 럭셔리 브랜드로 변신하겠다는 노선이 아니다. 노르망디에서 해양 의류를 만든다. 그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크다.
회사는 2022년 EPV(Entreprise du Patrimoine Vivant) 인증을 받았다.
인수
사실관계부터 보자. 2023년 프랑스의 상장 의류 그룹이 Saint James 인수를 발표했다. 인수 주체는 중가 대중 컬렉션으로 알려져 있고, 프랑스 전역 쇼핑센터 유통망을 갖고 있다. 핵심 상품군은 청바지, 재킷, 프린트 티셔츠다. 물량 중심 도시형 레디투웨어다.
같은 업이 아니다. 같은 세계도 아니다.
보도자료에는 익숙한 단어가 반복됐다. “상호보완”, “확장”, “프랑스 섬유 유산의 가치 제고”. 개성이 강한 브랜드가 더 큰 그룹에 흡수될 때 늘 등장하는 문장들이다.
문서 위에서는 논리가 성립한다. 인수 그룹은 상위 포지션으로 이동하려 하고, Saint James는 이름, 기술, EPV 인증, 135년의 서사를 제공한다. 그룹은 자본, 유통, 영업력을 제공한다.
문서 위에서는.
무엇이 달라질 수 있나
지금 당장 결론을 내리기는 이르다. 인수는 최근 일이고, 팀은 유지되고 있으며, 공방도 돌아가고 있다. 폐쇄, 이전, 구조조정은 발표되지 않았다. 아직 일어나지 않은 파국을 먼저 단정하는 것은 정직하지 않다.
그럼에도 프랑스 섬유 산업의 역사에는 초반이 매끄러웠다가 끝이 나빠진 인수가 많다. 시나리오는 익숙하다. 1년 차에는 현상 유지, 2년 차에는 “합리화”, 3년 차에는 일부 생산 이전, 4년 차에는 왜 제품이 달라졌는지 묻게 된다.
우려를 키우는 것은 발표된 내용이 아니라, 발표되지 않은 내용이다.
인수 그룹은 프랑스 내 생산 비중이 높은가. 제한적이다. 그들의 수익 구조는 대량 생산과 낮은 제조원가에 기대고 있다. 반면 Saint James는 한 벌이 노르망디 공방에서 18쌍의 손을 거치는 구조다.
핵심은 새 오너의 역량이 아니다. 이렇게 다른 두 논리가 장기적으로 공존할 수 있느냐는 질문이다. 비용 최적화 기업이, 숙련에 18개월이 걸리는 링킹 공정을 “합리화”하려는 유혹을 계속 이겨낼 수 있을까.
직원들도, 리테일 파트너도 그 질문을 안다. 지금은 모두 지켜보고 있다.
EPV 라벨은 무엇을 보호하나
EPV 라벨은 2005년에 만들어졌다. 희소하고 검증된 기술을 지역 기반으로 보유한 프랑스 기업을 인정하는 제도다. Saint James는 2022년에 이를 획득했다.
의미 있는 인증임은 분명하다. 이 기업이 뛰어난 기술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드러내기 때문이다. 다만 보호 장치로는 약하다.
EPV는 기업 매각을 막지 않는다. 생산 이전도 막지 않는다. 기술을 쥔 장인의 해고도 막지 않는다. 새 소유주에게 강제 의무를 부과하지도 않는다. 도장은 될 수 있어도 방패는 아니다.
이론적으로는 기준 미충족 시 인증 취소가 가능하다. 실제로는 취소가 매우 드물고, 취소 시점에는 이미 늦은 경우가 많다. 기술은 흩어지고, 장인은 떠나고, 손의 기억은 사라진다.
역설은 날카롭다. EPV는 기업 가치를 높여 인수 매력을 키운다. 그러나 매각 이후 그 가치의 핵심을 지키는 힘은 약하다. 가격은 오르지만, 정작 인증이 보증해야 할 내용은 안전해지지 않는다.
프랑스 산업 유산 보호의 핵심 문제도 여기에 있다. 인증은 잘하지만, 보호는 아직 제도적으로 충분하지 않다.
압박받는 EPV 섬유 기업들
Saint James만의 문제가 아니다. EPV 섬유 기업이 주목받는 이유는 대형 의류 그룹이 갖기 어려운 자산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정통성, 역사, 지역 기반이다.
Saint-André-lez-Lille의 Lemahieu는 1947년부터 프랑스에서 속옷과 수영복을 만든다. 심각한 위기를 지나 made in France와 D2C 전략으로 회복했다. 현재까지는 독립을 유지한다.
Les Velours de Lyon도 수세기 전통을 잇지만, 산업 생태계는 수십 년 사이 급격히 줄었다. 공방과 장인은 남아 있어도 경제적 압력은 상시적이다.
프랑스 섬유에서 기술은 자산이다. 금융은 그 자산의 가격을 잘 매긴다. 반면 라벨 제도는 보전에 약하다. EPV 섬유 기업은 정통성이 필요한 그룹에 잠재적 인수 표적이 된다. 레터헤드의 이름이 바뀌고, 보도자료는 연속성을 말하며, 직기는 계속 돈다. 얼마나 오래 갈지는 아무도 단정할 수 없다.
Saint-James-de-Beuvron에서 벌어지는 일
이 노르망디 공방에서 걸린 문제는 한 브랜드의 손익을 넘는다. 핵심은 전승이다. 계약으로 사고팔 수 있는 이름이나 로고의 전승이 아니라, 손의 동작 자체의 전승이다.
칼라와 몸판을 코마다 잇는 링킹은 매뉴얼만으로 익혀지지 않는다. 숙련 노동자 옆에서 18개월을 쌓아야 한다. 그 숙련자 역시 앞선 세대에게서 배웠다. 이것은 산업 템플릿이 아니라 인간의 연쇄다. 한번 끊기면 쉽게 복구되지 않는다.
Saint-James-de-Beuvron에는 약 400개의 일자리가 있고, 마을 인구는 약 3천 명이다. 공방이 문을 닫거나 인력을 크게 줄이면, 타격은 브랜드에만 머물지 않는다. 마을 전체의 문제로 번진다.
지금은 기계가 계속 돈다. 마리니에르는 공방을 나와 18쌍의 손을 거치고 “Made in Saint-James” 라벨을 달고 매장에 들어간다. EPV 인증도 여전히 걸려 있다. 이름도 바뀌지 않았다.
달라진 것은 소유주다.
그리고 프랑스 섬유 산업의 역사에서, 대개 이야기는 그 지점에서 시작된다.